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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2> 웹툰 현실화, 창작자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흥행이 증명한 것

by eru0218 2026. 6. 10.

솔직히 속편 영화는 볼 때마다 조금 긴장됩니다. 1편이 좋으면 좋을수록 후속작에서 실망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트맨 2를 보러 가면서도 "과연 1편의 재미와 개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액션과 코미디의 균형, 그리고 예상보다 탄탄한 전개 덕분에 관람 후에도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히트맨 2> 웹툰 현실화

히트맨 2의 핵심 전제는 전직 국가보안 특수요원 출신의 주인공 준이 연재하는 웹툰 '암살요원 준'의 내용이 실제 범죄에 그대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냥 코미디 설정이겠거니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점점 "이게 마냥 허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피에르 장 일당은 준의 웹툰에 실린 은행 습격 에피소드를 그대로 따라 실제 은행 강도를 저지릅니다. 이는 창작물이 범죄의 모방 대상이 되는 모방범죄(copycat crime)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모방범죄란 영화, 드라마, SNS 등 미디어 콘텐츠에 묘사된 범행 방식을 실제로 재현하는 범죄 유형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도 특정 유튜브 콘텐츠나 온라인 게시물이 범행의 참고가 됐다는 사례가 보도된 바 있어, 영화 속 상황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AI가 준의 화풍(畵風)을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학습해 가짜 웹툰 에피소드를 생성·유포한다는 설정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딥러닝이란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알고리즘이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기술이 창작자의 고유한 그림체를 무단으로 복제하는 데 쓰인다는 설정은, 요즘 실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AI 생성 이미지와 저작권 침해 문제를 액션 코미디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입니다. 웃으면서 영화를 관람하다가, 문득 "이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작권법 관점에서도 이 설정은 꽤 시의성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AI 생성 콘텐츠와 관련한 저작권 분쟁 및 문의 건수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이런 현실적 이슈를 코미디의 소재로 가져왔다는 점은 분명히 평가받을 만합니다. 히트맨 2에서 웹툰과 현실이 교차하는 방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준의 웹툰 에피소드를 피에르 장 일당이 실제 범행으로 재현하고, AI는 준의 화풍을 무단 학습해 가짜 에피소드를 생성·유포합니다. 여기에 준이 국정원의 테러 조직 연계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결백 증명과 범인 추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구조가 맞물립니다. 다만 이 설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웹툰과 현실이 맞물리며 초반에 형성되던 독특한 긴장감이, 중반 이후 비교적 익숙한 액션 영화 공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점점 옅어지기 때문입니다. 웹툰 속 사건과 현실 범죄의 연결고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이 영화만의 색깔이 훨씬 강하게 남았을 것입니다.

창작자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영화는 웃기면서도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소비될 때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가." 준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그렸을 뿐인데, 누군가가 그것을 범행 매뉴얼처럼 사용합니다. 국정원 차장 덕규가 준을 의심하는 과정이 처음엔 억울한 누명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의심이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게 의도와 다르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던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 장면을 보면서 창작자의 입장이 된다면 어떨까 잠시 생각했는데, 단순히 웃어넘기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이 딜레마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파급력(content virality)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콘텐츠 파급력이란 하나의 창작물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속도와 범위로 확산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SNS와 숏폼 플랫폼이 일상화된 지금, 창작물이 원작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맥락으로 소비되거나 악용되는 사례는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의 '2024 방송 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일평균 이용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콘텐츠 소비 환경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히트맨 2가 던지는 "창작과 책임의 경계" 질문은 오락 영화치고는 꽤 날카롭습니다.

흥행이 증명한 것

흥행 수치로만 봐도 이 영화의 대중적 설득력은 분명합니다. 2025년 개봉 한국 영화 가운데 누적 관객 수 약 254만 명으로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전작의 성적도 뛰어넘었습니다. 비평가들의 평가가 엇갈렸음에도 관객이 지갑을 연 이유는 단순합니다. 권상우를 비롯한 배우들이 전국 극장을 돌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가 이어졌고, 무엇보다 설 연휴에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함께 본 친구는 "1편보다 더 웃긴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1편이 주었던 신선한 충격까지는 재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속편으로서의 완성도는 충분했고, 관객이 기대하는 웃음과 액션을 무난하게 만족시켜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몇몇 장면에서 의외의 감정선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준이 자신을 비난하는 악플러의 사연을 듣게 되는 장면도 짧지만 인상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장면도 웃고 넘어가는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생각보다 마음 한쪽이 묵직해졌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와 소통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코미디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히트맨 2가 단순히 웃음을 위한 영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뛰어난 걸작이라기보다 대중이 원하는 재미를 정확히 짚어낸 작품에 가깝습니다. 창작물의 사회적 책임,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 모방범죄와 같은 묵직한 주제를 꺼내놓으면서도 끝까지 코미디의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물론 후반부 전개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가 만든 콘텐츠가 현실에 영향을 준다면?"이라는 질문만큼은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가볍게 웃고 싶은 날, 혹은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영화를 찾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layvod.imbc.com/Templete/ClipView?bid=1000827101662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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