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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세계관의 시작, OST의 매력, MCU 연계

by eru0218 2026. 7. 16.

영화 <이터널스>는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해 온 새로운 히어로 집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랜 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터널스가 다시 모이게 된 이유와 그들이 지켜온 비밀을 따라가며,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다른 신화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셀레스티얼과 데비안츠의 등장으로 MCU의 무대는 더욱 넓어지고,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남긴다.

<이터널스> 세계관의 시작: 태초의 신화를 그리다

<이터널스>를 보기 전, 나는 이 영화가 그저 새로운 히어로 팀을 소개하는 스핀오프쯤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오프닝 자막에서 셀레스티얼 아리솀이 이터널스를 지구로 보냈다는 설정과 함께 기원전 5000년 바빌론 장면이 나오자, 노트북 화면을 잠시 멈추고 "이거 마블 맞나" 하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마블 영화는 사건이 터진 뒤 히어로가 등장해 수습하는 구조였는데, 이 영화는 아예 인류 문명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있었다.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은 이터널스가 인간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규칙이었다. 1차 세계대전 참호 장면에서 이카리스가 학살을 지켜만 보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화면 앞에서 "저럴 거면 왜 지구에 있었나" 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불편함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인물들 사이의 균열로 이어졌다. 스프라이트와 세르시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갈라지는 지점, 킨고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나는 액션 장면보다 "다음 대화에서 누가 무슨 선택을 할까"를 더 궁금해하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셀레스티얼의 존재 방식도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다. 아리솀이 "우리는 생명을 만들고 심는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이걸 그냥 우주적 설정 하나로 넘길 뻔했다. 그런데 고대 문명의 신화를 셀레스티얼이라는 SF적 존재로 바꿔치기한 방식이 의외로 이질감이 없었다. 대사로 설명하는 분량이 결코 적지 않았는데도, 나는 중간에 스크립트를 다시 돌려보지 않고도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등장인물 열 명의 이름과 능력, 관계도를 한꺼번에 익혀야 해서, 초반 30분을 솔직히 힘들었다. 나는 파이 목록처럼 이카리스, 세르시, 스프라이트, 킨고 등 이름을 손가락으로 꼽으며 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반환점을 돌 때쯤엔 이 정보들이 저절로 정리돼 있었다. 특히 초반부에 그냥 지나쳤던 데비안츠와의 첫 조우 장면이, 후반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과 맞물리는 걸 보고 나는 되감기 버튼을 눌러 그 장면을 다시 확인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 작품이 단순히 새 캐릭터 열 명을 등록하는 카탈로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셀레스티얼과 데비안츠라는 축을 하나 세워두고, 그동안 MCU가 설명하지 않았던 빈칸을 채워 넣은 방식이었다. 전개가 느리다고 답답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 같다. 다만 액션보다 세계관의 뼈대를 하나씩 알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OST의 매력: 조용한 존재감

영화가 끝난 뒤에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OST나 특정 멜로디는 없었다. 그만큼 음악이 그렇게 도드라지는 작품은 아니었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고서야 라민 자와디가 음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이 영화에는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순간이 거의 없었다. 대사가 없어도 장면의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은 분명했지만, 음악은 늘 화면 곁에 머물러 있었다.

이야기의 중심이 인물들에게 옮겨가면서 음악도 조금씩 색깔을 달리한다. 강한 리듬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보다 피아노와 현악기가 낮게 깔리는 구간이 더 많았다. 특히 스프라이트가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이런 음악의 특징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음악이 분위기를 앞에서 이끌기보다 장면 뒤에 머물러 있어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려는 느낌은 없었다. 인물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만들었고, 그 감정은 장면이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액션 장면에서도 이어진다. 다른 히어로 영화였다면 타격감에 맞춰 음악도 함께 고조되었겠지만, 이 작품은 그 순간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전투 자체보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액션이 거세질수록 음악은 오히려 힘을 빼고 장면을 받쳐 준다. 그 대비가 이어지면서 전투보다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이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OST 제목은 없었다. 대신 작품을 감싸던 신화적인 공기와 인물들 사이를 메우던 조용한 음악은 며칠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화려한 선율을 기대했다면 다소 잔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어떤 음악이었는지 다시 찾아보고 싶어 라민 자와디의 이름을 스포티파이에서 검색했다. 다시 음악을 들으니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그 점만으로도 이 OST는 이야기를 오래 붙잡아 두는 충분한 힘을 가진 음악이었다.

MCU 연계: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이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이어질 연결점을 남긴 작품이다. 처음 봤을 때는 새로운 히어로를 소개하는 독립적인 이야기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다시 살펴보면 이후 작품으로 이어질 설정과 단서가 예상보다 많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터널스>는 하나의 영화로 끝나는 작품이면서도 MCU 전체 흐름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느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기존 MCU가 인피니티 스톤이나 타노스를 중심으로 우주의 질서를 설명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구조를 다루는 설정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마블 세계관은 이전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장됐고, 앞으로 등장할 우주적 이야기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기존 작품만 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설정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영화 안에는 기존 히어로들을 언급하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어벤저스와 타노스의 핑거 스냅,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면서 <이터널스> 역시 같은 세계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작품을 억지로 이어 붙였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시간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쿠키 영상은 이후 작품과 연결되는 부분을 염두에 둔 구성이 눈에 띈다. 타노스의 동생인 에로스의 등장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가능성을 보여 주며, 데인 휘트먼과 관련된 장면은 이후 등장할 작품과의 연결 가능성을 남긴다. 처음에는 짧은 서비스 장면처럼 보였지만, 이후 MCU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곱씹어 보니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다. 마블 영화를 꾸준히 봐온 관객이라면 이런 연결 요소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영화 마지막에 등장한 거대한 셀레스티얼의 흔적이다. 당시에는 이 장면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었지만, 이후 공개된 MCU 작품에서 관련 설정이 언급되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작품 속 요소가 시간이 지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방식은 마블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재미 중 하나다.

물론 이 작품에서 제시한 모든 설정이 아직 완전히 이어진 것은 아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남아 있어 앞으로의 전개를 기다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종족과 우주의 질서를 소개하면서 기존 MCU가 다루던 영역을 넓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영화는 액션으로 시선을 붙잡기보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출발점을 만드는 데 더 의미를 둔 작품이었고, 다시 볼수록 이전에는 지나쳤던 연결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이터널스>는 MCU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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