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셸비 반 펠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휴먼 드라마이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토바, 영리한 문어 마르셀러스, 아버지를 찾아온 청년 캐머런이 아쿠아리움을 중심으로 만나면서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마주한다. 올리비아 뉴먼 감독은 미스터리와 가족 이야기에 따뜻한 관계의 변화를 더해 상실 이후에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특히 문어의 시선과 야간 아쿠아리움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원작 소설: 베스트셀러의 영화화
토바 설리번은 남편을 떠나보낸 뒤 워싱턴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 소웰베이에서, 아쿠아리움 야간 청소부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그가 매일 마주치는 존재는 수조 안에 갇힌 태평양 거대 문어 마르셀러스다. 넷플릭스 영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이 둘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실종된 아들의 흔적을 찾아 소웰베이로 돌아온 청년 캐머런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낸다. 두 사람의 사연은 처음엔 무관해 보이지만, 문어 마르셀러스가 발견한 단서를 계기로 토바의 오래된 과거와 연결되기 시작한다. 원작은 셸비 반 펠트의 데뷔 소설 《Remarkably Bright Creatures》로, 2022년 미국 출간 직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는 미디어창비를 통해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원작 소설은 인간의 시선뿐 아니라 마르셀러스의 관점에서도 사건이 전개되는 구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문어의 시선이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서는 샐리 필드가 토바를, 루이스 풀먼이 캐머런을 연기했고 알프레드 몰리나가 마르셀러스의 목소리를 맡았으며, 원작자인 반 펠트도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이야기는 토바가 마르셀러스와 쌓아가는 일상, 그리고 캐머런이 소웰베이에 정착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 영화는 상실을 겪은 중년 여성과 문어, 실종 사건을 좇는 청년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이야기다.
데뷔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부터 눈길이 갔다. 문어가 중심에 있는 이야기라고 하면 신비롭거나 환상적인 설정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이 작품은 마르셀러스를 인간보다 특별한 존재로 부풀리는 대신 사람들의 모습을 되비추는 거울처럼 다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오래전 잃어버린 뒤 세상과 거리를 두던 토바가, 말없이 자신을 받아주는 문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흐름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는데, 수조 속에서 인간을 지켜보는 문어의 눈에는 그 외로움과 진심이 오히려 선명하게 비친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실종된 아들의 사연이 더해지면서 힐링 서사에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적 긴장감까지 얹힌다는 점도 매력이다.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더 오래 남는다. 상실을 지우는 대신 아픔을 안은 채 다시 관계를 맺고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 소설 속 내면 묘사와 문어의 시선이 화면에서는 어떻게 구현됐을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등장인물: 외로운 마음의 연결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누구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디던 세 존재가 우연히 마주치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소웰베이 아쿠아리움에서 야간 청소부로 일하는 토바 설리번(샐리 필드)은 남편을 떠나보낸 뒤에도 아들의 실종이라는 오래된 상처를 혼자 안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흐트러짐 없이 성실하지만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관객은 그녀의 감정을 대사보다 표정과 행동으로 먼저 읽게 된다.
수조 속 태평양 거대 문어 마르셀러스(목소리 알프레드 몰리나)는 이 작품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이다.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습관과 표정을 오래 관찰해 온 지적인 존재로 그려지는데, 대사 한마디 없이도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을 가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편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소웰베이에 온 캐머런 캐스모어는 차가 고장 나면서 얼떨결에 아쿠아리움에서 일을 시작하고, 토바와 부딪히던 초반과 달리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로 바뀐다. 이선 맥, 니트위츠 모임의 재니스와 메리 앤과 바브, 패들보트 상점을 운영하는 에이버리 같은 주변 인물들 역시 소웰베이라는 작은 마을 특유의 온기를 곳곳에서 채워준다.
이 관계를 지켜보면서 몇 해 전 겨울, 자정이 다 되어 가던 시간에 동네 세탁방에서 낯선 사람과 나눴던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건조기 앞 의자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 사람은 캐리어 하나만 옆에 둔 채였고, 무슨 사정인지 묻지 않았는데도 먼저 입을 열었다. 직장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됐는데 가족에게는 아직 말을 못 해서, 며칠째 친구 집을 오가며 지내는 중이라고 했다.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그냥 편의점에서 캔커피 두 개를 사 와 하나를 말없이 건넸는데, 세탁기가 도는 20분 사이 그 사람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 처음엔 날씨 이야기 같은 시시한 잡담뿐이었지만, 헤어질 즈음엔 그 사람이 먼저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고, 떠나는 뒷모습이 들어올 때보다 한결 가벼워 보였다. 누군가에게 정답을 쥐여주지 않아도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실감했다. 마르셀러스가 토바에게 건넨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을 자리를 마련해 주는 존재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줄거리를 진행시키는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고 본다.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다가가며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이 작품이 전하고 싶었던 위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인물 하나하나의 온도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감독 이야기: 올리비아 뉴먼의 선택
올리비아 뉴먼 감독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가장 신경 써서 다뤘을까? 답을 하나로 좁히면, 공간과 감정을 겹쳐 보여주는 연출이다. 이 작품은 셸비 반 펠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뉴먼 감독이 연출을, 존 위팅턴이 각본을 함께 맡았다. 토바 설리번과 태평양 거대 문어 마르셀러스, 아버지를 찾아 소웰베이로 온 캐머런 캐스모어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주목할 지점은 밤의 아쿠아리움이라는 공간 설정이다. 낮 동안 관람객으로 붐비던 곳이 문을 닫으면 아무 소리도 남지 않는 장소로 바뀌는데, 이 변화는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잃은 토바의 고립된 삶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촬영은 애슐리 코너, 편집은 타마라 밈, 음악은 딕컨 힌치리프가 담당했고 샐리 필드와 루이스 풀먼이 각각 토바와 캐머런을 연기했으며 알프레드 몰리나는 마르셀러스의 목소리를 맡았다. 원작 소설에서는 마르셀러스가 직접 생각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관찰자 역할을 했지만, 영화는 목소리 연기와 카메라의 시선, 편집의 리듬만으로 이 존재감을 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웠던 건, 감독이 사건의 규모보다 인물 내면의 변화 속도에 무게를 뒀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이사한 동네가 낯설어서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처음 보는 골목에서 삼십 분 넘게 헤맨 적이 있다. 가로등 간격이 유독 넓은 구간이라 어둠 속에서 발소리와 멀리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는데, 낮에 몇 번이나 스쳐 지났을 그 골목이 그 순간만큼은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길을 잃었다는 불안보다 오히려 처음으로 그 동네를 제대로 마주한 기분이 더 컸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짧은 산책이 며칠간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의 아쿠아리움에서 홀로 일하는 토바의 장면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읽혔다. 비어 있는 공간이 대사 없이도 그녀의 심리를 대신 설명해 주는 느낌이었고, 인간이 문어를 구경하던 낮과 달리 밤에는 문어가 인간을 지켜본다는 역전된 시선도 이 영화만의 독특한 재미로 다가왔다.
화려한 사건보다 작은 변화가 겹겹이 쌓이는 방식을 택한 연출이라, 특정 장면 하나가 강렬하게 남기보다 토바가 조금씩 달라지는 흐름 전체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잔잔한 축적이야말로 뉴먼 감독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회복의 결과 가장 가까운 방식이라고 느꼈고, 영화를 다시 볼 때는 대사보다 공간이 바뀌는 순간들을 더 유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